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나의 사적인 경험이나 이야기를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할까 말까 하는데, 그것 마저도 내가 미리 준비해둔 말이 아니면 잘 하지 않았다. 왜냐면 혹시 내가 꺼내는 말 중 차별이나 혐오의 단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움 때문이다. 수강생 대부분이 한국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다국적 학생들 또한 수강하였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다. 그래서 내가 평소 꺼내는 말이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단련할 도구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과 동시에 지난 주에 읽은 장애의 역사(2023.11.26 - [읽은 책] - 킴 닐스 지음, 김승섭 번역 (2020), 장애의 역사, 동아시아)의 연장선으로 골랐다.

 

책은 손바닥을 활짝 펴면 얼추 손가락 끝에서 손바닥 까지 다 들어오는 그리 크지 않은 크기에 두께도 얇은 책이다. 책은 크게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각 장은 첫째에서 장애나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 괜찮지 않은 말들, 둘째 장에서는 성별에 관해 상처를 줄만한 말들, 그리고 셋째 장에서는 사회 구성원 (동물 포함) 중에서 미처 평소 주목하지 않은 계층이 느끼기에 해가 될만한 표현들을 다룬다. 첫째 장은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의 것들이라 쓰지 않아야 할 표현들이나, 왜 그런 표현을 피해야할지에 관한 이유에 쉽게 설득이 되었다. 둘째 장은 익히 대한민국 표준 인간인 한국 성인 남성 보다는 그 외의 성(여성 뿐만 아니라)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였다. 때문에 한국 성인 남자인 나로서는 약간 서운함도 들었다. 셋째 장은 나도 미처 생각치 못한 주제에 대해서도 더 차별을 줄일 수 있는 표현으로 바꾸고자하는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깜짝 놀라며 읽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괜찮지 않다고 한 표현들 대부분 왜 괜찮지 않은지, 그리고 왜 바꾼 표현을 써야 하는지 주장이 타당하여 쓱쓱 읽어가는 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간혹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나 논리가 부족해보이는 주장도 소수 있었다. 글쓴이 개인적인 제안이라서 그런 적도 있고, 나로서는 설득이 잘 안되는 주장을 옮겨 적어두다 보니 그런 것이다. 예를 들어 책 후반부 동물권에 대한 용어 제안이 그러했다. 글쓴이의 제안이 설득력이 있다면 잘 수용하고, 그렇지 않다면 이런 점이 독자 개인적 경험이 만든 편향이 강해서 그런지 또는 글쓴이의 주장 자체가 설득 근거가 부족해서 그런지 생각해 볼 만한 점들을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특히 글을 쓸 일이 많거나, 말을 할 일이 많은 사람 중에서 단어를 사려깊게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은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되새길만한 참신한 생각을 옮겨 적어본다. 아래 외에도 내 시야 확장에 도움 될 글이 매우 많다.

 

31페이지의 아동심리상담 전문가의 말이 아래와 같이 인용되어 있다.

"어린이 본인은 장애 당사자로서 정체성이 없어요. 자기도 그냥 똑같은 아이거든요. 그러니 [장애 정체성이] 없는 상태로 성장시켜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주변 인식은 안 그래요. 막연히 장애인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누구나 잠깐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있죠. 하지만 그걸로 그 사람의 삶을 전부 다 규정 할 수는 없어요. 장애 어린이에게 필요한 게 따로 있을까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더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84페이지에 '장애인 보도 3대 원칙'을 아래 처럼 인용하였다.

첫째, 사람보다 장애를 강조해서는 안 된다. 둘째, 장애인을 동정과 보호의 대상으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 셋째, 부정적 이미지와 잘못된 용어를 사용해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인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3시간 정도 걸림.

Posted by 공돌이p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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